본문으로 바로가기

해외입국자 너무 미워하지 말아주세요. 자가격리 안하시는 분들, 증상 속이시는 분들은 충분히 미워해 주시고 비난해 주세요. 그렇지만 모든 입국자들의 죄인은 아니잖아요....


3월 30일에 뉴욕발 아시아나 항공 비행기를 타고 입국한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는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지난 일주일은 정말 시간이 빨리 갔다. 가족들은 문밖에서 고기, 김치, 야채들을 전해주거나 나대신 먹을거리를 쇼핑해서 택배로 보내주면 날마다 현관문을 열어서 박스들을 여는게 전부인 날 들도 나는 전혀 지루하지가 않다. 오히려 이렇게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죄책감없이 가지게 되어서 조금은 다행인 기분이다. 나도 안다. 배부른 소리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고, 열어놓은 창문으로 사람들의 인기척이 들리고, 반대편 아파트 단지에 심어놓은 벚꽃들을 볼때면 조금 답답하단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그보다 지루하고 답답한 건, 꽉 닫힌 현관문이 아니라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입국한 외국인들을 바라보는 몇몇 사람들의 어긋난 시선, 답이 없는 것만 같은 의견들, 그리고 이런 것들이 마치 합당한 의견이었던 것처럼 비춰지게 만드는 몰지각한 자가격리자 대상 입국자들이다.  

친구들에게 내가 입국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이정도로 해외입국자에 대한 반발이 클 줄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나는 코로나 확진자가 별로 없던 지역에 있어서 그런지 코로나 자체에 대한 걱정보다는, 앞으로 언젠가 끊길지 모르는 미국발 항공편에 대한 걱정들이 먼저였고, 그러면 내 비자가 만료될 수도 있어서였다.


요즘 몇몇 포털사이트나 기사, 코로나 확진자 발표, 확진자 동선 공개등의 정보들을 접할때면, 유독 외국에서 들어온 유학생 등 입국자들에 대해 유난히 뾰족한 의견들이 많다.

"지들이 좋아서 나갈땐 언제고, 이제서야 기어들어오냐."

"돈 많아서 나갔으면서, 이럴땐 치료비 저렴한 나라로 들어오냐."

등등이다. 

물론,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 할 사람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가령, 미국이나 유럽에서 비행기를 타기전 발열감을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해열제를 먹고 자기 증상을 숨긴채 들어와서, 그 후로도 바로 자가격리에 들어가지 않고 싸돌아다니다가 확진 받은 사람이 1순위라 생각한다. 그리고 자가격리 수칙을 어기고 돌아다니는 사람.

실제로 나의 부모님이 계시는 곳에는 아주 기가 막힌 확진자 동선이 떠서 부모님이 나를 아예 만나보려고 하지도 않는 ㅋㅋㅋㅋ 초유의 사태이다. 평소같았으면 먹을 거라도 싸오셨을텐데 그정도 분위기도 아닌가 보다. 이제 겨울 꽃이 핀 2020년 봄날에, 그 곳 시골의 어르신들은 모두 날이 섰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해외에서 들어왔다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날선 시선들이 너무 만연하다는 거다. 

실제로 오늘, 내가 팔로우하고 있는 경기도 용인시에서 유학생 확진자와 그의 동선을 공개했다. 공개된 동선에는 다른 사람과 접촉한 사항이 별로 없었다. 검사후에 어디를 갔다는 말도, 검사를 받고 결과를 받기 전에 접촉한 사람이 있다는 말도 전혀 없었다. 그런데 댓글들은 마치 그 유학생으로 인해 그 지역 전체가 코로나로 집어 삼켜진 것처럼 무조건 비난이다. 행여 조금이나마 동조(?)하는 댓글 아래에는, 또 다른 댓글이 달렸다. 그렇게 동조하는 사람들은 다들 유학생인가봐요? 해외에서 온 가족이 있나봐요? 라는 의견이었다.

코로나는 중국에서 처음 왔고, 한국에서도 확진자가 나왔고, 전세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는 마치 화풀이 대상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처럼 미워하기에 바쁘다.


일례로, 공항에서 선별검사를 받게 되는 입국자들에게 검사비를 청구해야 한다는 의견. 마치 외국인 대하듯 적대하는 것 같다. 내가 뉴욕에서 비행기를 타고 들어올때 사람들은 거의 모두 개인이나 친구, 연인 등 젊은 분들이었지 가족단위로 들어오는 가족은 극히 드물어 보였다. 물론 이민을 가시거나 영주권을 가진 분들도 많이 들어올 테지만, 그들도 그 전에 엄연히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세금을 내고, 가족을 둔 엄연한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주시면 좋겠다.

한국의 의료시스템이 좋거나 의료비용이 다른 나라보다 저렴해서 들어왔다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으나  "나의 나라이기 때문에, 가족이 있기 때문에" 라는 이유가 더 큰 것 같다.적어도 나는 그렇다. 나는 그 나라가 날 허락한다면 다른 나라에 있고 싶었다. 내 주위도 그런 친구들이 많다.


이유가 어찌됐건, 이렇게 세계가 불안한 시국에 본인의 나라로 돌아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더 조심하고 더 고마워하고 더 주의해야 할 것들이 있다. 

나는,

3/30 17시경 공항 입국하여, 코로나 검사를 받고, 다음날인 3/31 음성 판정을 받고 나서 집에 돌아온 후에 밖으로 한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 이제 8일차에 접어든다. 자가진단 앱과 자가격리 앱에 하루 2번 기록하고 있고, 보건소나 동사무소에서 오는 전화도 잘 받고 있다. 쓰레기는 의료용폐기물 봉지에 담고 있고, 하루에 한번씩은 집에 소독약을 뿌리고 있다.


이런 노력이 무색하게, 어제도 미국에서 온 유학생이 발열증세를 숨기려고 해열제를 수일에 걸쳐 먹고 한국에 들어와 확진을 받았다. 이런 분들께는 정말 뉴스에서 보이는 "무관용정책(One strike out)" 으로 벌금이나 징역을 선고해주길 바란다. 물론 구상권도 함께. 

어제 뉴스에서 서울숲과 한강에 가득한 사람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국내 거주자건 입국자건 할 것 없이 지금은 같이 노력할 때인것 같다. 서로 미워하고 니 편 내 편을 나눌 때가 아닌 것 같다.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길 바란다.

휴, 이제 거의 격리 기간중에 절반이 지났다. 다음주 격리가 끝나기 전에는 선별진료소에서 워킹스루 선별검사를 받고, 음성확진을 받으면 완전이 해제 된다. 


입국자들 너무 미워하지 말아주세요.